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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6일.
집단토론의 승리! 상집회의를 매주 월요일 17시에 진행한다. 그런데 복귀한 동지는 아이 두 명을 키우기 때문에 17시 정도에는 나가야 하니 회의시간을 변경하는 배려를 요청했다. 일단은 거부. 약간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 동지는 퇴근하고 회의를 예정대로 시작했다.
서부지부와 함께하는 상집회의라서 두 번은 본부에서 한 번은 서산에서 진행한다. 이동거리까지 고려하면 두 사무실 중 하나는 오후 3시 반부터 빈다. 한 사무실에서 일하면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서부와 함께하기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는 문제가 생겨 회의시간 조절이 어려웠다.
어떻게 할 것인가? 상집회의에서 한참을 얘기했다. 결론은 '아이를 키우는 동지의 조건이 나아질 때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본부에서 진행한다.'로 났다. 서부의 동지들이 좀 더 헌신하기로 결심해서 가능했다. 흔쾌한 결정에 고마웠다. 나도 모진 놈 소리를 듣지 않게 되어 다행이었다. 어떤 때는 아이가 없어서 이해가 적기도 하지만, 또 그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기에 항상 육아에 관련된 일을 생각할 땐 내적 긴장이 흐른다. 어쨌든 아이를 기르는 일이 직장에서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 받지 않는 사회, 아이를 사회적으로 기를 수 있는 제도나 체제를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침 출근 시간 유성기업 정문 앞. 심야노동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전국 순회투쟁에 나서는 유성기업지회와 현차아산 사내하청지회의 공동 출정식이 열렸다. 제 시간에 맞춰 갔더니 이미 금속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나와 있다. 2차 현장방문 기간이고 오늘은 충남 차례라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위원장의 말에 공감하며 금속에서부터 '올해는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침낭과 배낭을 가득 지고 버스에 오르는 두 사업장 해고자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해고, 구속이 되고 복수노조인 회사노조로 탄압을 받아도 최선을 다해 싸워나간다면, 그 과정자체가 승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야노동철폐,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이미 사회 문제화 시켰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습니다. 천명은 '옳음이 결국 이긴다는 하늘의 뜻'입니다. 오늘 동지들은 끈질긴 투쟁에 반드시 천명이 함께하리라 확신합니다.'
오후엔 천안의 칼소닉지회 12년차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지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하나같이 신실하고 진지하다. 식당에 모인 조합원들 분위기는 여전히 젊고 밝았으며 안정된 노조라서 여유가 있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다 없는 사업장에 가면 진짜 갑갑하다고들 합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면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민주노조의 소중함을 늘 생각하고 더 튼튼하게 발전시켜 주십시요.'
2012년 2월 7일.
‘요즘은 일기예보가 왜 이리 딱 맞는지 몰라.’ 핸드폰 날씨 표시는 영하 6도인데 바람이 세게 불어대니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는다. ‘KTX 매각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재벌 사기업에게 신설되는 수서 평택 간 KTX 구간을 팔아넘기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 주십시오.’
천안역 광장에서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는 철도노조 동지들과 함께 했다. 추운 날씨에 손가락이 곱아 글씨를 쓰기에 무척 불편한데도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줬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점심시간. ‘한 시간 최저임금이 4,580원이니 밥값하려면 조금 더 해야 하는데요.’ 내뱉는 말과 달리 밥 먹으러 가자는 말이 내심 반가울 만큼 추웠다.
저녁 땐 보령시위원회 모임에 참가했다. 오며 가며 보령에 있는 노조들에 전화를 하며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보령시위원회가 두 달 전에 복원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내가 간다고 하니 아예 9일 예정이었던 회의를 이틀 앞당기기로 하였다. ‘몇 년 전 잘 나갔던 보령지역 연대를 복원하자’는 결의로 충만한 보령시위원회의 대표는 사회보험노조 분회장, 집행위원장은 축협노조 지부장. 보령화력 공사현장 건으로 집회와 천막농성을 시작한 건설기계지부, 재계약 과정에서 8명이 해고된 보령화력환경지부, 회사노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노조보령화력지부, 전교조지회와 공무원노조지부, 현대차노조 판매분회가 참여했다. 핵심사업장인 GM보령지회는 상가집이 있어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
처음 참석했지만 나와 보니 이미 아는 사이였고 대화 중에 누구, 누구 하면 금방 누구와 연결되었다. ‘민주노총이 지역내에서 가장 큰 조직임에도 스스로 그 힘을 자각하고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쟁사업장도 지역현안으로 만들어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고 하니, ‘말은 맞은데 실현하려니 어렵데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처음 전화하면서 열차를 예약하는 바람에 시간이 비어 대천역에서 성주산 바래기재까지 몇 가지 잡생각과 다투며 걸었다. ‘분노의 힘으로 싸우되 ’화‘를 다스려야 한다.’ ‘욕망을 제어하는 수준 정도가 새로운 세상의 척도이지 않을까.’
2012년 2월 8일.
눈을 뜨니 평소와 느낌이 다르다. '여기가 어디지?' 캄캄하지도 훤하지도 않다. '아, 방이 아닌 소파. 사무실!' 휘영청 밝은 보름달빛이 창문으로 쏟아 들어오고 온몸은 으슬으슬 뻐근하다. 입은 텁텁하고 눈은 부었는지 불편하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구나.
새벽 다섯 시, 충남건설노조 사무장 차를 타고 홍성 내포신도시로 향했다. 눈 쌓인 용봉산은 달빛을 받아 교태를 뽐내고 그 아래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울퉁불퉁 공사길 따라 들어간 롯데아파트 건설현장내 함바식당.
'건설노조에서 나왔습니다. 건설노동자신문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요,'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라고 말하니 평소에는 '아저씨 이거 함 보소. 우리덜 얘기요'라고 한다면서 세 여자가 까르르 웃는다. 타워기사이자 건설노조 부위원장인 두 사람과 충남건설지부 억순이 사무국장. 언제나 순수한 혁수는 어둠을 헤치며 들어서는 노동자들에게 활짝 웃으며 식당문을 열어줬다.
작년 12월에 이어 2월부터 매주 수요일 충남건설지부에서 출근시간에 맞춰 선전전을 하는 첫날에 함께했다. '토목건축부분 건설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건설현장마다 몇 개월씩 전국을 다니며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지역일반노조가 중소영세비정규직 조직화가 어렵다고 하지만 현장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토목건축에 비하면 훨씬 조건이 좋습니다. 건설활동가들 대단합니다.'
여자로써 우악스런 남성중심, 열악한 건설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서로 얘기할 때는 웃으면서도 아팠다. 추위를 이기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신문을 나눠주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젊은 원청기사가 '체조시간입니다. 모여주세요.'라고 외치자 서둘러 아침을 먹은 노동자들이 바가지를 쓰며 아직 어두운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저녁엔 서천에서 내려갔다. 열차로 걸리는 시간은 서울역에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시군위원회 정착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 함께한 대표자들은 하나같이 안정적인 지역연대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몇 차례 시도하다 흐지부지된 것을 거울삼아 3월 31일 저녁으로 아예 출범식을 못 박았다. 스스로 관속 정도라고 칭했지만 내가 보기엔 현대판 목민관인 공무원노조 신동우 동지가 흔쾌히 책임을 맡기로 했다.
오후에 열린 민주노총 중집회의는 정치위원회를 맡을 수석부본부장이 갔다. 일월에만 네 번 열린 회의에서 내 생각은 대부분 얘기했고 다른 임원도 민주노총 중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또 시군위원회 건설을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었다.
2012년 2월 9일.
천안아산역 근처 근로복지공단 앞. ‘노동자들이 일하다 허리가 삐끗해서 다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너무 힘듭니다. 잘 해줘야 고작 2주나 한 달입니다. 여전히 아프지만 강제로 종결됩니다. 왜 그러냐. 근로복지공단은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울산지사에서 직원 대부분이 연루된 비리가 터졌습니다. 70억 원 이상의 산재보험료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몇 억을 챙겨 먹었습니다. 진짜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먹는 작자들입니다.’
오후 햇빛마저 건물 그림자에 가려 추위에 떨면서도 50여 명의 노동자들은 근로복지공단의 비리에 대해 성토를 이어갔다. 산업재해 불승인 남발과 강제종결, 반도체공장 백혈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인 질병은 인정해주지 않는 질병판정위의 문제 ...등에 대해 노동안전담당자들의 규탄이 생생하다. 노동자들 산업재해 인정은 엄격하게 하면서 뇌물을 받고 산재보험료를 면제해주다니! 그러면서 근로복지공단은 1조 원대의 흑자를 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일이다.
집회를 마치고 천안구치소에 가서 면회를 했다. 몇 년 동안 본부 노동안전위원회를 책임졌던 하동현 동지와 온양에 있는 노점노동연대 지역위원장 포장마차에서 한잔 하고 늦도록 달리다 어떤 녀석이 ‘마굿간’ 이라고 표현했던 우리 집에 와서 한잔 더 먹었다.
어제 저녁, 서천 신동지의 멋진 이층집에서 잤다. 기르느라 고생한 땀이 느껴지는 정원수, 나무들이 빼곡한 한적한 시골 넓은 마당, 가로등 빛에 반짝이며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 엘피판에서 흐르는 80년대 대중음악, 막걸리 한 병이 못내 아쉽다고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아직 어두운 아침, 서천역에서 열차에 오른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역을 벗어나자 눈 쌓인 들이 달빛에 펼쳐졌다. 둥근달은 여명에 비쳐 은붉고 들판은 하이얗게 하나로 넓게 이어졌다. 들판 끝 야산 기슭에 붉은 가로등 점점이, 마을은 포근하다. 날이 밝아오며 조금씩 선명해진다. 핸드폰 사진기를 들이댔지만 달만 좁쌀만하게 보이고 사위는 모두 캄캄했다.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멋있게 보이도록 찍으면 그게 진짜 작품사진' 이라더니!
2012년 2월 10일.
'오늘 우리는 상징적으로 시신 네 구를 한 상여에 메고 행진했습니다. 노동자를 탄압하는 못된 사업주를 한꺼번에 장사 지내고 싶은 염원이 담겼다고 느꼈습니다.
해고와 구속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자본의 독재체제인 사업장에서 인간답게 일하며 살고 싶다는 희망. 그 희망이 우리 가슴에 살아 연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발걸음, 희망뚜벅이단과 지역동지들 백여 명이 조용한 시골 둔포면 시내를 흔들었다. 상여와 만장을 앞세우고 유성기업 회사까지 십리 좀 안 되는 거리를 행진했다. 어두워질 즈음 사백 여명의 노동자, 행진단이 한 차선까지 메우고 집회를 시작했다. 사연이 긴 만큼 이름도 길었다. '불법파견. 심야노동 철폐. 원직복직을 위한 유성기업, 현대차 사내하청, 재능교육, 쌍용차 민주노조 사수 총력투쟁 결의대회'
뒤풀이에서 전 조직부장이 한 얘기는 밤새 나를 괴롭힐 듯하다. '파업 중에 직장폐쇄로 쫒겨나서 공장근처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지낼 때 애를 낳았습니다. 작년 말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회사로부터 징계통보를 받았고 해고되었습니다. 저는 이 싸움이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접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앞에 가는 동안 날이 밝았다. 사내하청 해고자와 조합원들이 일주일에 세 번 출근시간에 맞춰 홍보하는 집회투쟁, 그냥 출투라고 부른다. 오늘 출투는 원청에서도 꽤 나왔고 금속노조 아산 사업장에서 참석했다. 보기에 좋았고 뭔가 일이 될 듯한 분위기가 넘쳤다.
'인간답게 사는 길에 원하청 노동자는 하나다.' '망국의 지름길 비정규직 철폐하라.' '더 이상 노동자의 골수를 우려내지 말고 정규직화 시켜라'
오후 두 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사는 사무적이고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 받아들이는 쪽에선 즉각 반감이 생기는 말투로 빠르게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재작년 말,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임으로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이행하라는 파업 및 집회 관련한 것들에 대한 판단. 주체, 절차, 수단의 측면 모두 유죄로 인정하되 대체인력으로 생산은 되었기에 업무방해는 인정하지 않는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처지에서 싸운 동기를 고려하고 법제도 미비라는 국가나 사회의 책임을 감안한다며, 지회장 송성훈 1년4월, 2년유예. 부지회장 양회삼 1년에 2년 선고.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 사내하청을 유지하고 처벌받지 않고 있다는 걸 그는 진정 모르는 걸까.
그냥 덧붙임. 오늘 아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중집회의에 갔다온 수석부본부장님의 촌평. '중집'에 안가고 교회나 가야겠다.'
2012년 2월 11일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세 사람 중 두 명 이상은 민주노총 소속입니다. 희망 뚜벅이가 찾아가는 투쟁사업장은 모두 민주노총 소속입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나 산별연맹은 별 존재감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민주노총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십시요.'
유성기업에서 출발한 대오는 점심쯤 쌍용차 비정규지회가 농성하는 평택의 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2년 반 전, 극적타결로 알려졌던 쌍용차 옥쇄파업 타결 내용의 하나였던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을 이행하라며 농성을 백일 이상 하고 있는 곳. 당시 중재했던 국회의원에게 생색냈던 만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농성장. 희망뚜벅이들은 쌍용차 사내하청 지회 동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노력했다.
그 패퇴하던 길, 쌍용마라톤대회라고 자조하던 길, 2년 반 전에 전경들에 쫒겨 도망하던 길, 헬기에서 투하되는 최루액에 맥 못추고 후퇴하던 그 길을 따라 행진했다. 해고는 살인이고 가정파괴범이라고 외치며.
근데 중앙선 차선까지 넘어 행진하려 시도하는 일부 노력은 과도해 보였다. 방송 선전을 진행하는 무대차 외에는 별 홍보수단도 배치하지 않고 단지 중앙차선을 넘는 시도로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려는 부분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희망뚜벅이는 교통흐름을 고려하면서도 한 차선을 차지하며 행진했다. 여러 종류의 피켓과 현수막, 탬버린과 부부젤라, 짝짝이까지. 개인마다 왜 행진을 하는지 알리는 몸자보까지 하고. 방송차에선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도 자연스럽게 흘렀는데. 민주노총 집회는 목소리만 높을 뿐 홍보수단이 적고 어떤 면에선 고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쌍용차 정문 앞에서 밤새 진행된 약속이행, 무급휴직자 복직, 정리해고철회를 위한 쌍용차를 포위하란 3차 집중행동. 지난 2차 때보다 참여인원과 천막은 늘었으나 정문 앞 도로를 넘칠 수준은 아니었다. 희망버스와 달리 긴장감 보다는 행사 위주로 흐르는 느낌. 그만큼 해결하라는 압력수준은 낮을 듯 했다.
어제 밤 유성기업 앞 집회. 문화제 막바지에 무대 앞을 지나다 진행을 잘 하는 사회자를 봤다. 남녀를 불러내 서로 어울리게 하는 놀이인 듯. 뒤풀이 술자리에서 만나 어느 노조 간부라 생각. '사회 잘 보십니다.' 했더니 연기자 삼순이 아버지러고 주위에서 알려줬다. '드라마를 잘 안보고 티비도 없어 몰라봐 미안합니다.'사과. '노동자들도 영화나 예술을 즐기는 문화생활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격려하는 맹봉학 씨. 중학교 졸업하고 공장을 다녔단다. 08년 촛불투쟁 참여이후 수입이 확 줄어 월 150만 원 정도 번다고. 지금은 대학에 들어가 매스미디어학을 전공하고 있단다. 민주노총이 잘 했으면 좋겠다는 채찍도 부드럽게 들었다.
덧붙여, 술을 좀 줄이라는 여러 분의 조언이 있었고 술 마실 때 좀 조신하라는 얘기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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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2일
쌍용차 3차 포위의 날, 마지막 발언에 나선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답이 없는 쌍용차 정문 앞으로 더 이상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향한 적절한 투쟁방식을 찾겠다고 했다. 그럼, 투쟁공간은 서울밖에 없다. 작년 하반기 ‘월가를 점령하라’는 미국 사회운동에서 힌트를 얻으면 될 듯. 어느 한 지점에 거점을 만들고 상징적인 장소로 적절하게 행진하는 방식. ‘함께 살자’는 구호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해서 최소한 총선까지는 장기항전을 하자. 꼭 노동문제뿐 아니라 ‘한번 바꿔보자’는 여러 사회 이슈를 살려 나가되 요구와 주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좋겠다.
몇 명의 동지들과 평택 재래시장에 들러 점심 겸 뒤풀이를 했다. 지금은 숙박 없는 수련회도 많지만 그... 전에는 1박 2일 수련회를 다녀와서도 뒤풀이를 하고 헤어지곤 했다. ‘또 술이야’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수련회 평가도 하고 미진했던 얘기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금속충남지부 상근자와 발레오 상경투쟁 때 함께 연대했던 동지들과 얘기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물론 막걸리 몇 병을 비우고. 갑자기 돌아가며 살아온 얘기까지 하게 됐는데, 눈물을 글썽이는 분도 있었다. 이어지고 이어지다 누추한 우리 집까지 와서 고구마 소찬을 함께한 사람은 세 명.
저녁엔 송악에 사는 천안 YMCA 전성환 총장 집에서 막걸리 몇 잔 먹었다. 우리 집과 비슷해서 집이 춥다. 화목난로와 전기장판으로 견디고 있었다. 석유문명의 문제, 건물의 단열과 에너지 저소비 도시문화 따위들. 그의 해박한 상식이 곁들여지는 대화는 늘 즐겁다. 아내는 칼국수가 맛있다고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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