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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뺄셈정치를 거듭할 것인가”
<칼럼> 정성희, 진보정치대통합! 1946년과 2011년
2011년 09월 27일 (화) 10:41:41 정성희 tongil@tongilnews.com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진보대통합이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4일 진보신당 임시 당 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54% 찬성, 2/3 미달로 부결됐다. 9월 25일 민주노동당 임시 당 대회에서는 참여당과의 통합이 64.8% 찬성, 역시 2/3에 15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참여당의 9월 25일부터의 당원총투표와 10월 1일 전국당원대회도 그 근거를 상실해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그동안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참여당과 노동, 농민, 빈민, 청년, 여성, 시민, 교수 등의 각계 진보단체들이 함께 추진해온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저마다 난항에 봉착해 있다. 그리하여 고통받는 우리 민중의 생존권을 보살피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앞장서며 생태환경, 여성주의 등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대안의 정치세력을 고대하는 이 땅의 양심세력에게 적잖은 실망을 주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5년 전 해방정국의 진보정치세력 통합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으니 하는 말이다.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의 전반적 현상이 많이 달라졌으나 외세의 간섭과 지배세력의 농간이 민족을 갈라놓고 민중을 괴롭히며, 진보는 민중의 편에서 보수는 가진자의 편에서 중도는 그 사이에서 동요하는 지형에는 거의 본질적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1946년의 3당(조선인민당, 조선공산당, 남조선신민당) 합당과 2011년의 진보정치대통합을 비교해보고 당시 진보정치 선배, 선열의 오류와 한계로부터 교훈을 얻어 지금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임하는 올바른 태도를 고민하고자 한다.
왜 진보정치대통합이었나
먼저 1946년의 3당 합당은 광복 이후 일제식민지체제를 청산하고 임시정부를 세워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대전환기의 화급한 요청이었다. 만일 진보정당들이 계속 3개로 나뉘어져 대중 속의 튼튼한 뿌리를 가진 하나의 강력한 진보정치세력으로 변화발전하지 않으면, 복잡한 남한정국의 주도권을 놓치고 미 군정청과 그 앞잡이들의 단독선거-단독정부 수립에 의한 민족의 분열분단과 민중에 대한 더욱 노골적인 착취와 억압과 수탈이 예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들 3개의 정당들은 역사(조선공산당은 박헌영을 중심으로 일제하 국내 공산주의자들이, 조선인민당은 여운형을 중심으로 건국동맹 출신들이, 남조선신민당은 백남운을 중심으로 중공당과 연계된 독립동맹 출신이 중추를 형성했음)와 이념, 지지기반, 세상을 바꾸는 전략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미소공동위원회를 통한 임시정부 수립, 일제잔재의 청산과 중요 산업의 국유화, 토지개혁 실시, 노동3법 제정 등 당시 민중의 요구를 집약한 정책의 공통성에 입각해 하나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할 수 있었다.
2011년의 진보정치대통합 역시 급변하는 동북아정세와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2012년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각기 따로 가면서 도토리 키재기를 할 게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으로 뭉쳐 한국정치의 의미 있는 지위와 역할을 확보하라는 진보적 민중과 준엄한 정세의 간절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땅의 민생복지와 자주평화와 생태환경을 모두 망치는 친미보수세력, 한나라당에 맞서 외세, 재벌과 우리 민중 사이를 늘 왔다 갔다 하는 중도자유주의세력, 민주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보다 강력한 진보수권세력을 만들라는 주문에 대한 화답이었다.
그리하여 ‘진정한 자유, 평등, 자주, 평화, 복지, 생태, 인권, 소수자 권리 등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고 한반도 평화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여 ‘인간존중, 노동존중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우선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와 비정규직.청년실업 해소, 국제투기자본 규제와 재벌개혁,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의 20개 주요정책을 담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5.31 합의문에 동의하는 제 정당, 단체, 개인이 함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기로 했던 것이다.
무엇이 진보정치대통합을 가로막는가
그러나 해방정국의 진보3당은 1946년 11월 23일 남로당이란 이름으로 합당했지만, 여러 차례 분열갈등을 거쳐 진보정치세력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단적으로 조선공산당, 조선인민당, 남조선신민당, 3당이 모두 합당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서로 싸웠기 때문이다.
특히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고 여운형의 인민당, 백남운의 신민당에게 뭐가 부족하고 뭐가 의심스럽다는 따위의 관문주의 놀음을 벌였기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그 결과 공산당 내부에도 균열이 났을 뿐만 아니라 인민당과 신민당의 일부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남조선노동당에서 배제되고 그 후유증으로 진보세력 내부의 통일 단결에 심각한 장애를 야기해 남로당의 대중 지도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그러면 지금의 진보정치대통합 상황은 어떠한가. 65년 전과 너무나 비슷한 형국이다. 진보진영이 진보대통합의 기준으로 삼는 5.31합의문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국민참여당은 서명 당사자가 아닌데도 92% 찬성으로 동의해 진보대통합에의 동참을 요청했지만, 진보신당은 독자파와 통합파가 갈라져 그 판단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또 지분문제를 포함한 통합당의 민주적 운영방안과 관련한 양당 8.28합의문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은 대폭 양보하고도 진보대통합 성사의 일념으로 만장일치로 승인해줬지만, 진보신당은 미뤘던 5.31합의문과 8.28합의문 모두를 54% 찬성, 2/3 미달로 부결시키고 말았다.
참여당과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뿌리였던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조차 패권주의 운운하며 ‘들어가면 먹힌다’고 반대하고, 그래서 요구사항의 90%를 들어주며 자리를 양보하니까 또 다시 북한 3대 세습 반대 안 한다고 트집 잡고 2012년 총선, 대선 시기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노선을 문제 삼으며 끝도 한도 없이 문턱을 높이며 진보대통합을 거부하는 진보신당 독자파의 분열주의행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찬성한 진보신당 통합파는 어떠한가. 54% 진보대통합을 찬성하는 분들의 결집이 지연되는 가운데 일부는 진보신당에 남고 일부는 나와서 함께 할테니 ‘비국참 진보통합’하자고 강요하고 있다. 금속노조, 전교조 등의 정치의식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조합원의 약60~70가 통합에 찬성하는데도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면 현장노동자들이 분열되고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지가 어렵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과연 조합원대중을 비롯한 1,600만 노동자들의 뜻일까, 아니면 진보의 특허권을 쥐고 있는 양 주관적인 진보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활동가들의 뜻일까.
참여당은 진보정치대통합의 대상인가 아닌가
진보신당 통합파의 비국참 진보통합 주장을 계기로 그동안 비교적 내부 통일단결을 잘 이루며 진보대통합을 선도해온 민주노동당마저 ‘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는’ 당론을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려 갈등과 내홍을 겪었던 것이다.
찬성 당원들은 5.31합의문에 동의해 좌회전하고 있고 여러 차례 노무현 정권의 오류와 한계에 대해 성찰했으며 공동실천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고 정세로 볼 때 더 이상 끌 수 없으니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되, 진보신당 통합파와 먼저 할지, 참여당까지 한꺼번에 할지 등의 구체적 추진은 새통추 참여 단위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실정과 조건에 맞게 하자고 호소했다.
반면, 반대 당원들은 진보통합 이후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하자, 민주노동당의 참여당 통합대상 당론이 확정되면 진보신당 통합파가 오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노동현장 등 진보진영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원천 배제론자들은 참여당이 5.31합의문에 제대로 동의한 게 아니고 성찰과 좌회전도 검증되지 않았으며 노무현정 권 시기의 노동 농민 열사들을 거론하면서 결코 참여당과 통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참여당은 어땠을까.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대해 국민참여당 지도부 대부분이 찬성했고 전 현직 지역위원장 70여명 등 일부 당원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찬성 측은 여야 보수 양당구도와 지역 갈등을 넘어설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한계를 지적하며 참여당 독자노선이나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이 10년 만에 스스로 강령을 바꾸고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혁신의지”라는 측과 “민주노총의 계급적, 이념적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참여당은 민노당의 정파 하나 밖에 안 될 것”이라는 측으로 나눠졌다. 그러다가 민주노동당의 참여당 통합 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보대통합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진보정치대통합 실패, 어떤 결과를 초래하나
다시 1946년으로 돌아 가보자. 물론 조선공산당 박헌영과 조선인민당 여운형의 노선 차이도 간과할 수 없다. 박헌영은 하나의 강력한 좌익정당을 만들고 그 당의 지도 아래 좌익의 결집체인 민주주의민족전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여운형은 민전이 양심적 우익세력을 포괄하지 못해 이들을 망라한 새로운 인민전선을 결성해야 외세와 이승만, 한민당의 단독정부 책동에 대항할 수 있으며, 이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3당 합당이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것은 주도권의식이다. 조선공산당의 박헌영이 당내 반대세력을 설득 보다 징계로 대하는가 하면, 조선인민당의 여운형을 대중선동을 좋아하는 야심가, 친미주의자, 기회주의자, 양반 출신이라 비방하며 자파의 주도권을 위해 진보정치세력의 힘을 분산하고 좌우경적인 투쟁으로 외세와 그 앞잡이들의 탄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불필요한 역량 소모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1946년 9월 총파업과 10월 민중항쟁, 1947년 3월 22일 총파업. 1948년 2.7구국투쟁, 제주도 4.3항쟁, 5.10 단선반대투쟁 등 자주적 통일국가와 민중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투쟁과정에서 미 군정청과 그 앞잡이들의 피의 향연으로 우리 선열들이 무수히 죽어갔다.
지금은 어떤가. 너나 할 것 없이 노선의 차이로 포장된 주도권의식, 과거의 감정과 진보특허청 행세, 개인과 정파의 이익에 사로잡혀 오늘의 진보대통합 추진에 심대한 장애물을 놓고 있지는 않은가.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이 일찍이 당면 현안투쟁과 밀접히 결합해 2012 진보의 국가비전을 제시하며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진보대통합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 상층 협상과 합의문 채택에 매몰되어 민중의 희망과 감동을 놓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진보대통합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급부상한 안철수-박원순 효과를 올바로 견인, 활용하지 못한 채 범민주당세력의 야권통합 분위기로 진보정치의 외연을 다 빼앗기고 여야 보수 양강 구도 속에서 진보정치세력은 고립 약화되고 있지는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공안탄압, 정치자금 탄압, 기층민중 탄압의 표적이 되어 진보정치∙진보운동이 일대 위기를 맞지 않을까.
2011년의 진보정치대통합, 어떻게 성공시키나
이를 능동적으로 타개해나가기 위해서라도 노동사회를 중심으로 진보신당 통합파는 물론, 성찰.좌회전하는 참여당과 시민사회까지 진보대통합에 합류시킴으로써 진보개혁적인 중간층을 과감하게 견인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진보신당 통합파 = 새 진보 통합연대’가 54%의 진보대통합 찬성당원을 빠른 속도로 조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에 가입해 늦어도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완료한 다음, 참여당과의 통합문제를 포함한 당의 외연 확대를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비정규직과 청년실업과 정리해고를 양산하고 나라경제를 통째로 미국에 갖다 바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민족의 화해협력과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의 길을 밝힌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찬성하는 모든 정당, 세력, 개인들이 함께 하는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하고 민주당과의 올바른 야권연대로 반드시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와 민생, 민주, 평화, 생태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화해협력에도 긴장고조에도 늘 준비되어 있는 보다 강력한 진보대통합당의 건설을 더욱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로 더 어려워질 노동자, 민중의 처지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더 이상의 시간 유예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민중의 견해는 간단하다. “우리 먹고 사는데 실제 도움도 되고 사회의 근본 변혁도 추진하는 힘 있는 진보대통합당을 만들라”는 것이다. 선조들의 과오로부터 뼈아픈 교훈을 얻자. 언제까지 뺄셈정치를 거듭할 것인가.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대외협력실장(전)
전국민중연대 공동집행위원장(전)
민주노동당 초대 사무부총장/기관지 위원장(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전)
안양희망연대 공동대표(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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