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교육과정 파행과 교육혈세 낭비의 주범 일제고사를 즉각 폐지하라!
벌써 다섯 번째 일제고사다. 지난 해 부활한 이래 거듭 강행해 온 전국단위의 획일적 시험이 10월 13~14 양일간 또 다시 실시된다. 일제고사가 시작된 지 1년 반 여의 기간 동안 수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드러났음에도 정부와 충남도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고통과 우려에 찬 목소리를 무시한 채 오로지 ‘강행’의 의지만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주체들과의 어떠한 논의와 동의도 없이 일제고사를 밀어붙이는 동안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가?
학교현장의 정상교육과정 운영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 ‘08년 일제고사 성적 공개’ 이후 전국 각지의 학교현장은 정상교육과정에서 일탈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동안 교육청과 학교당국이 몸소 보여준 일관된 태도는 전국적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성적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학교가 나서서 선생님들의 손으로 아이들의 시험성적을 조작하도록 강요했으며,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하면 아이들의 응시권리도 박탈했다. 부진아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부모 대신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핑계로 여름방학마저 빼앗아 보충학습을 강요했다. 2학기 들어서는 야간 자율학습, 문제풀이 0교시 보충수업이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충남도의 학교 교육과정 파행 실태 조사 결과를 눈여겨보라.(아래 발췌 자료 참조)
이제는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횡행한다. 기출문제를 정리한 사이버(인터넷) 모의고사를 실시하라는 공문에 따라 각 학교는 정상수업은 뒷전으로 하고 컴퓨터실에서 시험을 치루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이 좋은 학교의 6학년 담임교사들에게는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고 유혹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린 학생들에게 경품을 미끼로 내걸면서까지 성적향상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니 그저 어이가 없고 숨이 막힐 뿐이다. 학교교육은 방향을 잃고 정상궤도에서 일탈해 단지 일제고사만을 대비하는 벼락치기 공부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학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뿐인가?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와 저항의지가 높아지니 이제는 불법, 탈법도 마다않고 일제고사를 중간고사로 대체하겠노라 학생과 학부모를 협박하고, 시험결과를 교원인사에 반영하겠노라 교사들을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오직 성적경쟁에 정부, 교육청, 학교가 눈이 시뻘개지도록 발벗고 나서는 이것이 무슨 학력증진이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란 말인가?
또한 일제고사 대비 성적경쟁에 귀중한 교육혈세가 어처구니없이 낭비되고 있다.
교육혈세는 학생들의 자율성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진정한 학력증진에 쓰이고 있는가? 아니다. 충남도교육청의 엄청난 예산이 일제고사 대비 성적경쟁에 배정되어 낭비되고 있다. 각급 해당 학교 당 800~600만원씩 배당한 예산의 집행은 오로지 시험대비 보충수업에만 사용하라고 엄격하게 제한하여, 문제집을 사주고 문제풀이 수업을 하기 위한 강사료로 대부분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교육복지예산의 축소며 밥 굶는 아이들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진대 제정신이라면 어찌 이렇게 귀중한 교육혈세를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연습에 쏟아부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학교에는 교육(敎育)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시험(試驗)만 나부끼고 있으며, 교사는 오직 교육청 관료의 실적 올리기에 동원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공교육기관이 성적 경쟁에 앞장서니 학부모의 등골 빼는 사교육시장만 호황이다.
지난달 충남지역의 대입(단과)학원비는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17.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활물가 상승률 1.7%에 비해 10배나 오른 것이다. 고입(종합)학원비도 4.0%나 상승하여 생활물가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성적경쟁만 강요하는 교육시장화정책의 영향이 이제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중학생, 초등학생의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가정경제가 휘청대는 마당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를 어찌 감당하라는 것인가? 교육복지예산을 늘려도 부족한 터에 오히려 축소하고 그나마 예산조차 성적경쟁과 교육기관의 실적올리기에 낭비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는 현실을 이대로 묵과해도 될 것인가?
충남도교육청과 김종성 교육감은 당선 직후부터 도내 시,군 지역을 순회하면서 ‘학력증진을 위한 의견 수렴회’ 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어, 학교장을 비롯하여 학교운영위원, 동창회장, 자모회장, 삼락회원 등 지역의 교육계 유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학력증진 발표회를 성대히 개최한 바 있다. 학교현장이 망가지고 있는 지금 대체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성적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아이들 목을 조이고, 교육혈세를 성적만능주의를 강화하는데 낭비하고, 사교육을 조장해 아이들을 볼모로 사교육시장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었단 말인가? 학교마다 이토록 비교육적인 사례가 넘쳐나고 있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학력증진이요, 교육이란 말인가?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교육감의 선거대비 성적표를 위한 학력증진인지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정상 교육과정 파행! 교육혈세 낭비! 사교육비 인상! 의 주범 일제고사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교육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모든 문제점과 부작용의 핵심원인은 일제고사, 자사고 등을 앞세운 이명박정권의 경쟁중심, 돈 중심의 교육철학과 이에 근거한 교육시장화정책의 강행에 있다.
이에 비추어 최근 경기도 교육청이 일제고사에 대해 비판적 성명을 낸 것은 마치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명서는 “교육의 전반적 효과를 높이고 학생 개개인의 여건과 자질에 합당한 질 높은 교육을 지향해야 할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억압하고 학생들을 단편적 기준으로 서열화하여 교육현장의 소외와 파행을 극단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일제고사가 학교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줄 수 없으며, 학생 및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그 평가결과가 무원칙하게 공개될 경우 교육현장을 구조적으로 왜곡할 수 있”기에 일제고사 폐지의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줄곧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해온 우리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이 같은 성명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는 한편, 충남도교육청과 김종성교육감이 진정한 교육의 길을 깊이 성찰하기를 엄중히 요청한다. 우리는 진정한 교육이란 아이들이 제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으며, 차이가 있다 해도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줄 아는 한 사람으로 성장토록 돕는 일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일제고사와 교육시장화정책은 경쟁과 차별,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기에 궁극적으로는 사회 불평등을 더욱 깊게 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는 실효성 없고 학생간 경쟁과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일제고사의 즉각적인 폐지와 표집평가의 실시, 교육시장화정책의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다면적 원인진단과 치유에 대한 고민 없이 아이들을 부진아로 낙인찍어 보충학습과 야간학습으로 들들 볶는 대신, 학습부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의 계발 및 지도인력 충원, 시설 및 교구제공에 힘쓸 것을 요구한다. 또한 교육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헌법적 권리로서 충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아이들과 우리사회의 미래를 사교육과 시장에 팔아넘기는 짓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교육의 공공성과 아이들의 미래를 살리는 일에 우리의 몫을 다할 것이다.
2009. 10. 7.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
일제고사 대비 학교운영 파행 및 부작용 사례
충남지역의 각급 학교현장에서 수많은 파행과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개의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하여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충남 교육청은 초 6학년, 중 3학년, 고 1학년을 대상으로 5교과(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에 대하여 각 학교별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있음. 처리 결과를 교육청에 다시 보고해야 하므로 학교별로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시험을 보고 있음.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함.
◈ 아산 교육청은 기출문제를 편집한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 CD를 각 학교에 배부하고 학교별로 시험 볼 것을 강요하였음.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움. 이를 지시하면서 공문을 발송하지 않고 교감들에게 문자로 지시함.
◈ 연기 감성초등학교 다니던 5학년 학생은 일제고사(3월진단평가) 이후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80점 받았는데도 부족하다며 등교하자마자, 오후에 매일 문제집 풀기를 강요하여 갈등하다가
결국 학교를 자퇴함.
◈ 서산반양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경우 학습부진(기초미달자)을 이유로 정신과 진단을 통한 특수학급 편입을 학교에서 강요함. 학교에서 10월 일제고사를 대비한다는 이유를 대며 강요했다고 함. 10월 일제고사에서 특수학급은 시험대상에서 누락되기 때문.
◈ 보령 명천초등학교 경우 하계 방학 교과학습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인당 1만원 걷어 문제집 사주고 보충수업(문제집 풀이 위주) 참여 하지 않을 경우 학부모에게 사유서 제출 강요함.
◈ 천안남산초등학교의 경우 아침 8시 30분부터 학교에서 사 준 문제집 풀이, 점심시간을 20분 축소(40분으로)하여 문제집 풀이, 7교시 수업 실시, 정규 교과시간 이후 자율학습 실시.
◈ 논산연무중앙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에게 매달 시중 서점에서 판매하는 문제집을 사서 강제로 보충지도 하라고 지시함.
◈ 천안여자중학교의 경우 학급별 부진아 5명씩 125명을 추려서 반강제로 별도 수업실시하면서 안 빠지고 열심히 하면 성실상 수여하고, 열심히 안하면 겨울방학에 보충수업 실시한다며 겁박함.
◈ 아산신정중학교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중 무조건 선택하라고 강요함.
◈ 온양중학교의 경우 7교시 자율학습을 강제로 실시. 일제고사 결과를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예고함.
◈ 입장중학교의 경우 예년에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지급되던 방과 후 활동비 지원금이 줄어서 월 5000씩만 내고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던 것을 올해는 3만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임.
◈ 서산의 모중학교에서는 학생멘토와 학생멘티를 조직하여 멘티 성적이 오르면 멘토에게 도서상품권을 준다고 하는 기가 막힌 사례가 발견되고 있음.
◈ 천안병천고등학교의 경우 9월 18~19일 실시하는 학력평가 문제를 정기고사에 50% 반영하여 출제하라고 요구함.
◈ 천안 성환고등학교(전문계고)는 방학 중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에게 서약서를 강요하는 사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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