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쟁쟁한 공장단지. 기숙사 규모만해도 웬만한 아파트 단지만하다. 이 곳 노동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젊은 인력들이다. 이들은 주야맞교대와 초과노동으로 노동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 삼성출신 해고자들의 전언이다. 즉 3천여 만원이 넘는 초봉을 받는 선망받는 직장이지만 몇 년 되지 않아 이른바 ‘협력(사내·외 하청노동자를 일컬음)’으로 전락하여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 노동력 상품이 되기 전,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제공받는 것이 쟁쟁한 삼성의 실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삼성의 노무관리는 철저하다. 한 점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인력구조조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불상사’ 즉 해당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철저히 예측하고 그에 따른 통제장치 마련과 세세한 점검 그리고 그에 맞는 각 종 조치들은 혀를 내두를만하다. 그 속에서 삼성맨은 ‘협력’으로 ‘협력’은 살벌한 구조조정의 칼날에 철저히 버려진다. 이것이 ‘삼성공화국’의 저변에 흐르는 자본의 성장 동력이요 에너지다.
어제의 집회는 거대 삼성에 파열구를 내는 집회는 아니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진행된 장시간의 행진은 젊은 노동력들에게 약간의 문제제기는 되었다. 그들은 조만간 자신에게 불어올 혹은 곧 도래할 살벌한 삼성의 살처분을 목전에 두고 이 작은 경험이 진실이었음을 확인하고 후회할 것이다. 그러나 뒤늦은 총체적 경험들은 노동자 집단의 일부에게 유전처럼 전승될 것이다. 이것이 작은 집회의 유의미성이다.
우리의 실력이 당장 삼성에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우리는 그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삼성에서 제거된 노동자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무형의 저항으로 희생되고 있는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고통과 눈물은 장시간을 경과해야 효력이 나타나는 덧거름처럼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재료로서 거대삼성의 밭에 뿌려지고 있다. 노동자 계급은 늦지만 반드시 정면돌파한다. 이러한 진리를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이 삼성 노무경영팀이 한계인 것이다. 작은 집회의 영향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그들의 행동-관광버스 수십대를 이용한 차단, CCTV를 이용한 참가자 파악, 파파라치처럼 검은 세단속에서 음흉하게 동향파악하고 있는 T/F팀의 인원, 크지도 않은 방송차 선무방송을 흐릿하게 만드는 사내방송의 볼륨업 등등 이것이 무시무시한 노무관리의 능력인 동시에 무능임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 삼성의 노무관리 능력은 계열사를 넘어서 하청업체의 모든 노동자들까지 통제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으며, 당장에는 추가비용으로 감수해야 한다.
바쁘신 일정에 동참한 충남지역노조, 금속노조 충남지부 동지들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