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동지가 낭독한 추도사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도사
동지! 이제 부르기도 가슴이 메어오는 아우 김동암.
다정한 나의 벗 김동암 동지! 무에 그리 바쁘다고 이렇게 황망스럽게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떠나셨습니까?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날이 올 때까지 끈질기게 투쟁하자던 대성리 수련회의 굳은 결의와 약속 헌신짝처럼 버린 채 이리 허무하게 먼 길 떠나셨습니까?
30년 어용노조 엎어버리고 민주노조 한 번 세워보자며 명쾌한 이론을 제시하고 투쟁을 조직하자던 동지는 우리 노조에 있어 희망의 씨앗이었고 나의 스승이요 지표였습니다.
엄혹했던 시절 임금 인상 제대로 한번 해 보자고 2,312원이 노동자의 자존심이라며 단 일원도 깎아 줄 수 없다고 버티다 끝내 공권력이 투입됐던 1990년 투쟁이 동지에게 있어 불행의 시작이었지만 어용과 민주를 각인시켰던 교훈이었고 IMF하에 있었던 98년에도 동지는 투쟁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고 어려울 때 일수록 투쟁해야 한다는 기풍을 새롭게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 땐 우린 몰랐습니다.
동지의 몸에 씻을 수 없는 병마가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그 땐 우린 몰랐습니다.
동지의 마음에 그늘이 깊어가는 것을... 정말 그 땐 우린 몰랐습니다.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 줄은…….
돌이켜보면 김동암 동지는 어려울 때만 골라서 위원장을 한 지지리도 복 없는 사람이었고 책임과 상황의 끈을 놓지 못한 바보였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고민과 아픔을 단 한 번도 이야기 하지 못한 미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고 함께 했던 동지들은 부rM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암 동지! 다정한 나의 벗.
동지가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여기 동지가 병마를 이기지 못해 출근하지 못한 날을 빼고는 25년을 줄기차게 드나들던 정들었던 공장에 와 있습니다. 몸이 아파 노동조합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워 대중들과의 만남을 새롭게 모색한 몸살림 운동 공간도 건물 뒤편에 있습니다.
그리고 89년 106개 단체협약 전면개정투쟁을 함께 한 올드 조합원도 여기 있고 유성지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동생들도 여기 있습니다. 영호도 여기 있고 재춘이도 여기 있습니다. 며칠 전 동지의 고민을 얘기했다던 친구 세련이도 여기 있고 당신이 제일 허물없이 지내던 홍균이도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동지만 여기 없단 말입니까?
우리노조의 항상적 과제인 현장조직력강좌. 간부육성. 총고용 문제.
동지를 그렇게도 괴롭히던 심야노동을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투쟁.
그리고 임금인상 투쟁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선후배 조합원이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동지가 우리들에게 외치던 올바른 민주노조를 굳건하게 세우고 당면한 제 투쟁과 과제를 거침없이 해결해 나가며 노동해방세상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동암 동지! 다정한 나의 벗.
이제 생전에 짓누르던 책임감과 노동의 굴레를 훨훨 벗어던지고 동지를 휘감았던 병마를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자유로운 해방 세상으로 부디 영면하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지가 정말 그립습니다.
2009년 11월 9일
김동암 동지 영결식에서
